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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USA (2010-)

Yellowstone & Grand teton national park 29: Amphitheater lake - WY, USA (2015, 5, 29)

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첫날 Grand teton에서 했던 cascade creek trail이 너무 나도 마음에 들어서 이런 하이킹을 한 번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는 amphitheater lake trail을 선택했다. 사실 안내소에서는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는 힘든 등산보다는 Jenny lake을 걸어서 둘러보는 산책로가 사진찍기 좋다며 내심 등산을 하겠다는 우리를 말렸지만 이미 등산에 꽃힌 우리는 계획대로 등산로 초입에 다다랐다. 짧게는 5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 정도 걸리나든 이야기를 미리 들어 간단하게 샌드위치 두 개와 간식 약간만 가방에 넣고 호기롭게 출발했다. 등산로는 Jenny lake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비포장 도로를 타고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미 11시 정도에 주차된 차가 2-3대 보였다. 

산으로 다가갈 수록 숲들이 시야에서 점점 내려갔고 어느새 키큰 나무들을 발 밑에 두고 계속 걸어갔다. 그리고 멀리에는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Bradley lake과 Taggart lake이 눈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산행으로 조금씩 지친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호수들을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참으로 보람찬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이 때 산행을 멈추고 돌아가야 했어야 했는데 그 이유는.

5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산중턱부터는 눈이 전혀 녹지 않아 이건 산행이 너무 힘들어졌다. 마지막 날이고 기대했던 산행이라 그리고 올라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화이팅을 외쳐가며 계속 올라가긴 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참으로 무모한 짓이 아니었나 싶다. 이 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올라가다 많이 포기하고 돌아갔는지 처음에는 어지럽게 흩어져있던 발자국들도 점점 없어져 급기야는 오늘 찍혔는지 어제 찍혔는지 모를 한 두 사람의 발자국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올라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등산로가 맞긴 한 건지 알 수도 없었고. 마침 하산하는 커플이 있어 들어보니 아직 1시간이나 더 가야한다는 말에 털썩 힘이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게 아까워서 계속 전진하다 마침내.

이 등산로의 최종 목적지 2개의 호수 중 첫번째 호수인 Surprise lake에 도착했다. 사실 기대한 건 잔잔한 호수에 비친 멋진 설산의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만났던 커플은 실망스러웠다고) 호수가 아직도 얼어있고 더군다나 그 위에는 아직 눈이 덮여있어 상상했던 모습과는 완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동물발자국 조차 남아있지 않은 정말 우리밖에 없다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리고 저 멀리 간간히 일어나는 눈사태의 모습을 보며 경탄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20분 정도 더 눈을 헤치고 걸어가 최종 목적지인 Amphitheater lake에 도달했다. 이 곳까지 오는데 사실 혹시나 곰과 마주치면 어쩌나 싶어 올라가면서도 박수도 치고 Hi, bear를 외치면서 올라왔는데 이 곳에는 동물 발자국 뿐만아니라 그나마 남아있던 사람 발자국 조차 완전히 실종된 곳이었다. 걸음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 새들만 간간히 중력을 거슬러 날아다니고 있었다. 산과 호수의 경계가 사라진 모습은 이 호수의 크기 조차 가늠하기 힘들게 하였고 그렇게 멍하니 좀 바라보다가 잠시 눈 위에 누워보기도 했다. 이렇게 눈이 많을 줄 모르고 청바지와 면티만 입고 등산했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는지 옷이 젖자마자 체열로 금방 말라버렸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는 정말 내가 이 길을 올라왔느 싶을 정도로 힘들게 내려갔다. 결국 산행을 마치니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