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에서 단 한군데 등산을 한다면 어디를 해야하나 알아보니 Mt. Washburn을 추천하는 글들이 많았다. Canyon village에서 북쪽으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등산로 초입에 다다를 수 있는데 인기에 비해서는 주차장이 그리 크지 않았다. 더군다나 5월임에도 불구하고 등산로 입구가 완전히 눈에 덮혀서 이거 올라갈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과감히 발을 내딛었다. 이 곳은 (엘로스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곰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라서 베어스프레이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데 다행히도 Canyon village에서 하루 10불, 일주일 30불 정도에 대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베어스프레이는 생각보다 비싼데다가 (거의 40에서 50불) 비행기 휴대도 불가능해서 좀 부담스러운게 사실인데, 이렇게 대여를 할 수 있으니 참 좋았다. 이 대여사업이 번창하여 옐로스톤 다른 지역에도 확대되기를 바라며 허리에 베어스프레이를 찼다.
햇볕이 잘드는 쪽은 눈이 녹았지만 점점 더 올라갈 수록 등산로가 눈에 덮여있었다. 이 눈 때문에 길은 굉장히 미끄러웠고 경사가 그렇게 심하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발은 쉽게 무거워졌다. 그렇게 쌓인 눈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자국을 깊게 깊게 남기며 산 허리를 타고 30분 정도 크게 돌고 도니 갑자기 시야가 트였고 옐로스톤 북동쪽 지역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위치백 등산로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 마다 나의 시선도 조금씩 높아졌고 시야도 조금씩 더 멀리 닿아 멋진 풍경을 담아 내었다.
바위 너덜 사이에 동물 한 마리.
이날도 사실 날씨가 안 좋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 서쪽에서 비구름이 몰려오는게 보였다. 저 비구름이 다 다르기 전에 올라가야지 하고 발걸음은 재촉해 봤지만 정상에는눈이 더 쌓여있었고 나아가기는 더욱 더 힘들었다. 그러던 와 중에 갑자기 우박이 쏟아져 결국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정상에 기상관측대를 손으로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돌아온게 아쉬울 법도 했는데 문득 안전하게 여행해야지라는 마음과 함께 에이 이 정도 멋진 풍경 봤으면 되었지 뭘 더 봐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쿨하게 돌아설 수 있었다.
분명 칼라 사진인데 눈에 덮힌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흑백 사진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길이 괜찮았다면 왕복 5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상에 서면 국립공원 북동쪽의 화산 활동으로 크게 푹 꺼진 칼데라 지형을 볼 수 있다고 알려져있는데 과연 둘러싼 산들과 그 사이 움푹 파인 지형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