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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mp up the Volume!

The Book of Mormon (2015. 2. 15)

+ 워싱턴 DC 언저리에 살 때에는 워싱턴 DC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즐기기 위해서 노력했었다. 덕분에 중학교 때  영어 교과서에서 접했던 국회의사당에서 시작하여 나름대로 DC  곳곳을 주말마다 누비고 다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 이제는 뉴욕 언저리에 살다보니 뭔가 뉴욕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느 눈오는 겨울 주말 뉴욕으로 향했고 Wicked 로터리에 도전했으나 실패. 아쉬워하는 대신 아내에게 마침 Wicked를 공연하는 Gershin Theater 다음 block에 위치한 Eugene O'neill Theater에서 공연하고 있던 The Book of Mormon을 제안해서 99불에 (자리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내 생에 첫 Broadway 뮤지컬을 보았다. 사실 The Book of Mormon에 대해서 아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Ticket 사기 전에 좀 망설이긴 했다. 공연 두 시간 전에 하는 로터리 ($32) 는 당연히 시도해 보지도 못했고 $27인 스탠딩 티켓도 줄을 서긴 했는데 우리 앞에서 다 팔려버렸지만 야구장도 백 불가까이 내고 가는데 뮤지컬 100불이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과감히 구입! 극장에 시간 맞춰서 들어갔다. 

+ 사실 얼마전에 뉴욕을 좀 다녀보려고 Lonely planet을 구입했는데 우연찮게 Broadway section에서 The Book of Mormon이 볼만한 뮤지컬로 소개되어있었서 이름은 좀 들어봤다 이 정도 였는데 알고 보니 수년간 흥행 1위 자리를 고수해오던 Wicked를 끌어내린 대단한 작품이었다. 이전에 내가 본 뮤지컬이라고는 대학교 2학년 때 보았던 "지하철 1호선"이 전부라 딱히 비교할 만한 다른 작품이 없긴 한데 정말 재미있는 뮤지컬이었다. 아마 다음부터 뮤지컬을 보면 '이건 The Book of Mormon보다 별로였어' 또는 '보다 좋았어.' 이렇게 평하게 되겠지. 하지만 선뜻 추천하기는 주저하게 되는게 종교를 가진 분들이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무교라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종교는 한 번 가져볼만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는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

+ 뮤지컬과 같은 무대 예술들은 확실히 배우들의 열정이 직접 느껴져서 매력적인 것 같다. 배우들의 성대에서 나오는 울림이 관객의 고막을 직접 울리고 그 들의 땀방울을 직접 본다는게 이렇게 신나는 일인지 지금까지 몰랐네. 영화는 뭔가 잘 짜여져있고 다시 할 수 있으며 그리고 편집이라는 과정까지 거쳐서 뭔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왠지 내 것은 아니다라는 느낌이 있는데 뮤지컬은 (물론 연극도) 좀더 날 것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Elder Price의 믿음 실망 그리고 다시 믿음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의 악몽이 우스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더욱더 마음에 한뼘 더 가깝게 다가왔다. 그리고 (Southpark의 작가이기도 한) 작가가 약간은 악의적으로 풍자한 종교에 대한 내용들도 그렇게 부담감없이 그냥 같이 웃어버리면서 넘길 수 있게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