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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mp up the Volume!

The Anvil Chorus from Il Trovatore - Gluseppe Verdi

잉여롭게 시간을 보내던 중 아주 아주 우연하게도 어렸을 적 기억에 사로잡혔다. 비록 많은 것을 알지 못했지만 정말 즐거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헛헛하게 웃고 있던 중. 그러던 중 yamn의 트윗에서 야구이야기가 나왔다. 국민학교 시절 이제 막 신생팀의 몽고반점이 옅어지고 신흥 강팀으로 떠오르고 있던 빙그레 이글스. 식목일 즈음에 학교 앞에서는 매년 오는 병아리 아줌마처럼 어린이 회원을 모집했었고 왠지 통풍이 잘 될 것 같은 이글스의 야구잠바는 봄철 학교에서 남학생들의 패션 유행을 잠시나마 주도 했었다. 여름에는 장종훈이 공을 넘겨버리듯 그가 광고했던 더위사냥을 반으로 뽀개며 더위를 물리쳤으며 가을에는 올해는 꼭 우승하겠지 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99년 우승은 좀 뜬금없다). 겨울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야구와는 잠시 담을 쌓고 살았었다. 


나의 야구에 대한 애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동네 아파트에 살던 그 홈런왕이 자신의 등번호만큼 홈런을 치겠다던 바로 그 해에 절정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런 나를 보던 부모님은 10시마다 하는 스포츠 뉴스는 보도록 허락해 주셨고, 주말에  중앙시장까지 나가셔서 돼지 레자 보다는 가죽으로 된 글러브가 좋다며 제법 괜찮은 글러브를 품에 안겨주셨다.  그리고 오페라의 아버지 베르디의 LP판을 구입하셨다. (이건 뭥미?) . 바로 이 앨범에 있는 The Anvil Chorus 때문이었다. 



이글스의 타자들이 안타를 치면 대전 구장에는 이 오페라 곡이 흘러 나왔다. 지금이야 심지어 선수들마다 응원곡도 있고 편곡도 적절히 전자음을 섞어서 멋있지만 이 때는 홈런 신기록을 향해 달려가던 장종훈이 안타를 치든, 장효조와 몇 리 차이의 타격왕 경쟁을 하던 이정훈이 안타를 치던 그 닥 유명하지도 인기도 없는 지화선, 지화동 형제가 안타를 치든 똑같이 공평하게 울려퍼졌다.  근데 이 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그리고 그해 참 안타가 많이 나왔지)  어린게 시도때도 없이 흥얼흥얼 했던 것 같다. 그 걸 보시고 클래식이라는 이 대장간의 합창으로 고상한 취미를 만들어 주고 싶으셨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기억이 나서 찾아 들으니 나름대로 참 좋네. 투박하지만 괜히 힘이 나는 것도 같고. 사실 8회나 9회쯤 이글스가 앞서 있으면 안타를 쳐도 스피커가 잠잠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SKT 주훈처럼 참 예의도 발랐구나ㅋ. 경쟁에서 상대에 대한 예의를 차리면서 동료의 힘을 북돋워주는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밤에 불 꺼놓고 글 쓰다 보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다.  


기분이 왈랑왈랑 해진 김에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야구보러 대전 구장에 간 건 딱 한 번이다. 실제로 대장간의 합창이 스피커에서 바로 내 귀로 전달되었던 그 날,  7회 였나? 타자가 친 파울 공이 그물 넘어 우리가 앉은 쪽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그 순간 공이 날아오는 순간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저 조명의 강한 빛 사이로 백구가 점에서 주먹만해졌던 순간 어머니가 내 몸을 덮쳐서 나를 보호하려고 하셨던 것만 기억이 난다. 공은 우리로 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별일은 없었지만. 그 후로 나는 야구장을 가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가자고도 하지 않았지만 나도 조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날 이글스는 타이거스를 이겼고 기분이 참 좋았다.  


글 쓰려고 보니 만화도 있네. 하하 이 것도 내가 국민학교 때 TV에서 본 건데. 이 만화 (아마 한국에서는 '말괄량이 뱁스' 였던 것 같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쇠를 캐면 다 모루모양인 줄 알았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