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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Iceland (2010)

Stykkisholmur 1 - West Iceland, Iceland (2010, 6, 19)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아졌다. 거칠었던 Westfjord의 거칠었던 하루에서 벗어나 West Iceland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품안으로 안기는 느낌이다. 멀리서 보이는 Stykkisholmor의 모습이 참으로 앙증맞고 예쁘게 다가왔다. 이제 어느 정도 Iceland에 익숙해져서 거점 도시의 지나치게 소박한 규모가 놀랍지 않구나. 항구를 보듬고 있는 작은 해안 둔덕 위로 빨간 점 같은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어린시절 뛰어 놀았던 뒷동산 같은 느낌의 둔덕이 살짝 추억에 잠기게 했다. 저 등대는 분명 그 때 우리의 소중한 아지트와 같은 곳일 거야. 등대에 손과 이마를 대고 숨바꼭질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둔덕의 뒤 모습은 흠칫 뒤로 물러나게 할만큼 뭔가 늠름한 문지기의 느낌이었다. 절리의 날카롭게 떨어지는 단면이 절도있었다. 단면의 얼룩덜룩한 빛깔이 마치 얼굴에 위장을 한 것 같다.  정박한 배에서 사람이 내리기 시작하고 덩달아 삼켰던  잠시후 배는 차를 하나씩 토해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던 배가 "오늘 하루 날씨가 참 안 좋았어."라고 되뇌이며 옆에서 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안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멀미가 없었네.


시내로 들어가기 전, 저 둔덕 위에 잠시 올라갔다. 이 둔덕의 이름은 Sugandisey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섬이었다.  구름이 여전히 많이 껴있어서 가시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운치있는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바다 쪽으로도 도시 쪽으로도.  해가 지지 않는 때여서인지 등대가 켜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가까이서 본 등대는 왠지 쓸모를 잠시 잃어버린,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둔덕 밑으로 떨어지는 절벽은 밝은 흙빛이 불균일하게 섞인 독특한 색감과 거친 주상절리의 거친 질감이 독특한 느낌을 발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