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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Peru (2009-2010)

See you later! Cusco - Cusco, Peru (2010, 1, 4)



덜컹 거리는 한국산 미니 봉고에 7명이 비좁게 앉아서 Cusco를 벗어난다.  콜렉티보라는게 버스와 택시 사이에 어중간한 교통수단이라서  그런지 정해진 출발 시간이라는 게 없이 손님이 다 차면 출발하는 지라, 손가락을 쫙 핀채로 5 sol을 외치며 손님을 끌어 모으는 호객꾼이 사람을 다 모을 때까지 목을 빼며 기다리게 되었다. 그 막간 동안에 앞으로 펼쳐질 Sacred valley에 대한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려본다. 도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신성한"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을까? 안개라는 베일에 가려져 아직도 미지의 잉카 유적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등장하기라도 하는 건가?  하지만 점점 시외를 벗어나면서 느끼는 Sacred valley의 느낌은 역설적이게도 "현실적"이었다.

Machu picchu라는 세계적인 관광지 덕에, 그리고 잉카의 수도 였다는 역사적인 사실덕에 Cusco는 관광객에 의한 그리고 관광객을 위한 도시로 덧칠 되어져왔다. 그래서 Cusco에서는 현재 페루인들이 어떻게, 무엇을 고민하고 사는지를 알기에는 쉽지 않다고 한다. 하기사 나같은 초급 관광객에는 이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냐마는, 어떤 장소를 느끼기 보다는 어떤 장소의 사람들을 느끼기를 좋아하는 고급 여행자들에게는 이 Cusco라는 도시가 박제화된 도시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보면 우리는 Cusco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쉽게 엿볼 수 있다. 우리내 시골 풍경과 그 닥 다르지 않은, 단촐한 주택에 여기저기 보이는 수확의 흔적, 마당의 빨랫줄과 이웃 간을 연결해 주는 좁은 골목과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 단지 남미의 아니 Cusco의 적색이 더해져 전체적인 빗깔이 조금 다를 뿐. 그래 어쩌면 누가 뭐래도 하루하루를 주어진 자리에서 치열하게 사는 것이 신성한 것일지 모르겠다. 화려했던 잉카의 탈을 벗고 현실을 사는 그들의 하루하루로 채워진 이 현실적인 계곡이  바로 신성한 계곡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