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사실 데이터와 사진을 백업해두었던 외장하드가 날라가서 가뜩이나 바쁜데 몹시나 심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웬만하면 백업 드라이브는 Raid 0으로 세팅하지 마시길. 이 번에 크게 배웠다.) 다행히 데이터가 복구가 되어서 이 것 저 것 확인하던 중 텍사스 여행의 마지막은 San Antonio의 Riverwalk이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사진 블로그에는 이미 올려서 무심결에 외장하드에 넣어두었는데 다시 찾으니 마치 집나간 아이 찾는 심정이 이 심정일까 싶을 정도로 반가워 이렇게 글을 남겨둔다. 막상 하드 날아갔을 때는 실험 데이터랑 논문 자료들 신경 쓰느라 사진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이렇게 다 복구가 되니 얼마나 기쁘던지.
San Antonio에는 사실 저녁 비행기라 그리 오래 머무를 수 없었지만 굳이 떠나기전 구경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새벽 4시에 마지막 숙소를 출발하여 6시간의 운전 끝에 도착.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또 일요일 오전이라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조금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하지만 왠걸 San Antonio의 자랑 Riverwalk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여기에 다 와있네 싶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활기차고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하는 사람들이 재잘거리며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이 Riverwalk는 도심 홍수를 해결하기 위해서 벌인 치수 사업으로 도시를 통과하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자 시내 운하를 만들고 도보를 조성하여 사람을 불러모았는데 이 도보 주변에 자리잡은 식당이나 호텔들이 새로운 경제 효과를 창조하였다고 한다. (청계천의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호텔에서 바로 연결되는 통로로 나온 사람들이 도보 옆에 자리잡은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날씨가 좋은 여름에 배도 다니고 배에 탄 사람들이 도보를 걷는 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한창 걷다보니 어렵지 않게 한 바퀴를 돌 수 있었다. 사실 더 걸어가면 San Antonio에서 가장 유명한 Alamo 요새를 갈 수도 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 기회로. 그리고 외딴 자연 속에 있다가 그래도 사람이 북적북적한 도시로 오니 왠지 현실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