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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USA (2010-)

Mt. Vernon 2 - VA, USA (2013. 2. 24)

본관 건물을 뒤로 하고 마굿간과 마차들, 세탁소 등을 뒤로 하고 포토맥 강가로 나가 보았다. 이 곳까지는 사람들이 잘 안내려 오는지 북적북적했던 지금까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고즈넉하다.  이 곳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프로그램이 여름에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한 때는 겨울이라 그런지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강에서 바라본 Mt. Vernon의 모습도 볼만하겠네.

유적지라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역시나 가족끼리 와서 한가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공원같은 느낌? 사실 미국의 유적지로는 새로운 모습도 아니지. 멍하니 앉아 시간 때우기 좋은 곳이다. 이 강가에 옛날에는 워싱턴과 그위 부인의 묘가 있었는데 현재는 좀 더 안쪽으로 옮겼다고 한다. 문득 이곳이 영원한 휴식을 위해 더 적절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아 물론 갑자기 비가 많이 강이 불어나면 강가에 엄마를 묻은 청개구리의 마음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강가에 위치하고 있는 농장. 역시나 농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워싱턴은 이 곳에서 이 것 저 것을 시도해 보았다고 한다. (아마 노예들이 대신 고생했겠지. ) 상상했던 것 보다 많이 크고 곡물 저장고도 잘 보전되어 있어서 보기 좋았다. 역시나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실제 농번기에는 농사를 재연한다고 하는데 역시나 겨울이어서 조용하기만 하다. 농장 끝에는 예전에 농장에서 일하던 노예가 살았던 집을 복원했다고는 하는데 이게 복원한 것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본관 근처에 노예들보다도 형편없는 생활 수준을 상상하게 해주 었다. 그런 생활 수준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을 노예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의식이 깨어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다시 본관 쪽으로 올라와 과수원에 들렀다. 과수원을 향하면서 보이는 농장에는 소를 방목하고 있었고 곳곳에 자리잡은 우리에는 닭, 돼지도 키우고 있었다. 분명 역사를 보여 주는 곳인데 여전히 현재를 사는 곳, 그리고 기능하는 곳이라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기능하기 때문에 더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문득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 에밀레 종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 했던 유홍준 전 청장의 글이 생각났다. 사람도 본인의 존재의 이유를 망각할 때 급격하게 쇠약해지는데 이런 문화재들도 그렇지 않을까? 

과수원 옆에 멋지게 워싱턴 부부의 묘가 보존되어 있다. 우리도 이처럼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수 있는 초대 대통령을 가졌다면 참 좋을 텐데.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Mt. Vernon에서 일생을 봉사하고 이름 없이 죽어간 이들에 대한 추모비가 세워져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다시 Visiting center에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의 방문 했던 어떤 Visiting center보다도 화려한 곳이었다. (왜 사진을 안찍었을까 ㄲㄲ) 입장하자마자 사람들을 극장으로 안내한 뒤 틀어준 영화는 비록 서프라이즈의 재연 드라마 같은 수준인 턱에 손발도 오글거리고 몰입도 안 되었지만 이 곳에 살았던 워싱턴과 그의 부인 (부인은 미망이었다는 사실은 여기서 처음 알았다. 둘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는 것도.)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내 왈 뭔가 더 좋은 퀄리티의 마그넷 역시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