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근처에 살아서 그런지 DC에 자주 가는 편이라 DC에서 왠만한데는 다 구경했겠지라는 생각에 DC 방문을 정리하는 기념품으로 늘 그렇듯 마그넷을 하나 구입하였다. 그런데 왠걸 DC의 볼거리를 형상화한 마그넷에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 한 곳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 곳이 Mt. Vernon이었다. 사실 내가 지금 볼티모어에서 사는 동네 이름도 Mt. Vernon인데. 이 거 참 범상치 않은 인연이다 싶어 가 봐야지 가 봐야지 생각만하고 있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 쯤 정확히 말하면 의대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 (정말 의대 수업 이갈리도록 힘들었다.) 다녀왔다. Mt. Vernon은 간단하게 말하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George Washington의 생가로 그 당시의 모습이 잘 보전되어있다. 고백하건데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유적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파편적으로 나마 뭔가 미국사에 대해서 배우는 기분이 든다.
입구를 들어가면 탁트인 공간이 나온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도 근처에 전직 대통령을 위해서 이 만한 공간을 내어 주기가 쉽지 않을 텐데 (상도동 동교동을 상상해 보자). 참 희한한데서 미국 땅떵이가 참 넓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Mt. Vernon은 실제 Washington 가가 살았던 건물 뿐만아니라 Washington 가에 종속되어 있던 노예들이 살았던 건물과 그들의 일터 등 역시 잘 보전되어 있었다. 특히 자유로운 미국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초대 대통령의 노예들의 비참한 생활까지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 나름대로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배급되는 음식이 적어 개인적으로 일과 시간 외에 사냥을 다녔다는 이야기라든지 난방도 전혀 되지 않는 그들의 휴식 공간이라든지 등등. 아마 인권의식의 수준이 역시 300년 전이라 많이 못 미쳤겠지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었는데 마침 대장장이들이 실제로 쇠를 달구고 모루에 얹어 무언가를 내리치고 있었다. 못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그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아이들이 이런 사적지에 역사를 배우는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 인상적이다. 별 것 아닌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 미국인들의 역사의식의 토대가 되는 것 아닐까?
본관 왼편에는 정원이 가꾸어져있으나 우리가 방문한 것은 겨울인지라 화려하지는 않았다. 대신 참 하늘이 쨍하여 상쾌한 느낌이었다. George Washington은 고등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항상 배움에의 갈급함이 있어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본관에 그의 서재를 방문해 보면 그의 학구열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하기 위하여 이 Mt. Vernon의 노예들에게 대통령 재임기관에도 끊임없이 편지로(!) 정원가꾸는 것 부터 농사짓는 것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지도를 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정성이고 관심이라는 생각......보다는 노예들이 얼마나 피곤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ㅋ. 실제 필드에서 뛰지도 않는 사람이 책만 보고 미주알 고주알 떠드는게 얼마나 피곤한지 2년의 군생활 동안 충분히 경험한지라 왠지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었다.
본관은 일부는 복구 중이고 대부분은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있지만 가이드 투어라 그 당시 미국인들의 생활상에 대해서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문득 생각보다 대통령 생가가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가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뒷뜰에 나가서 포토맥 강가를 품은 풍경을 보았을 때 아 그래 이 정도면 대통령의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곳이구나 감탄을 했다. 저 많은 의자 중 하나를 골라서, 혼자 또는 부인 또는 자식들 (물론 워싱턴은 친자가 없었다고 한다) 또는 방문객들과 포토맥 강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참 신선이 따로 없었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