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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Peru (2009-2010)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2 - Arequipa, Peru (2010, 1, 2)


빨래터, 큰 독에 빨래감을 담아놓고 수로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적셔서 빨래를 했을 모습들이 하나하나 그려진다.


이 두터운 담벼락안에도 엄연히 계급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각각의 수녀들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각 방에 하인을 위한 조그마한 쪽방들이 달려있는 경우도 있고 차마 공간이 부족할 때는 2층에 공간을 만들어 하인들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수녀의 경우에도 나름의 계급이 있어서 높은 지위일 수록 넓고 좋은 방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정말 이 수녀원은 밖의 세계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담벼락 밖에서 공산혁명이 이루어졌던 것 처럼 수녀원 안에서도 공산화가 이루어져 계급이 사라지고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던 시절도 있었단다.

2층에서 보면 나름대로 밖의 세상이 보인다. 2층에 올라섰을 때 그들이 느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가고 싶었을까? 아니면 나가기 두려웠을까? 저멀리 Che Chani의 만년설이 간 밤에 내린 비가 얼어 조금 커진 듯 했다.



이 곳의 매력은 아직도 수녀원이라는 그 기능을 온전히 다 하고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는데 있지 않을까? 수녀님들이 손수 가꾼 정원이 이 공간을 벗어나려는 관광객들의 마지막 발걸음을 잡는다. 정말 "Lonely planet"의 말처럼 그동안 다녔던 식민지 건물과는 이질적인 그래서 더 아름다운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