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사진에서 늘상 봐왔던 도시 전경이 짜잔 하고 펼쳐지기를 바랬지만 그렇게는 안되지 하면서 안개가 장막을 쳤다.
덕분에 몽환적인 느낌이 극대화되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솔길 옆에 라마가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참으로 태평하게 앉아있었다. 마치 떠나버린 아니 사라져 버린 잉카인 대신 자기들이 이 도시의 주인인 것 마냥 내가 다가가도 피하지도 않는다. 페루 처음 들어섰을 때의 생경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Terrace of ceremonial rocks. Machu picchu는 나름대로 큰 도시여서 많은 물건들이 유통되었는데 이 때 물건들을 날라오는 이방인들에 의해 그들 자신의 번영과 도시의 번영을 위해 이 곳에서 제사 그리고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발굴 결과 제사에 관련된 유물들과 잉카인들의 술 치차의 흔적이 이를 증명한단다. 도시에 속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축제는 과연 어떠했을까? 아무래도 좀 더 자유분방하지 않았을까? 놀다가 제법 가파른 이 곳에서 굴러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었으리라. 석축 사이로 망지기의 집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