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마치고 마지막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저녁은 역시 스테이크로 정하고 며칠전부터 찜해두었던 Gran parrilla del plata로 향했다. 지난 번 Palermo에서 갔던 곳 보다는 오래된 느낌이었고 좀 더 동네 맛집 같은 느낌이었지만 맛은 더 훌륭하지 않았나 싶다. 스테이크에는 와인 그 중에서도 유명한 아르헨티나 와인을 더해 맛볼까하다가 왠지 어색해서 맥주를 곁들였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르헨티나 오면 스테이크를 싸게 즐길 수 있다고 들어서 많이 기대했으나 실제로 이런 Parrilla같은 스테이크 식당에서 먹으면 크게 싸다는 느낌은 좀 덜하다 (대신 직접 사서 구워 먹을 수 있다면 아주 싼 값에 즐기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곳은 다른 Parilla보다 가격도 괜찮아서 더욱 더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머문 호텔 바로 옆에 탱고쇼가 있어서 끝까지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개인적으로 탱고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Teatro Colon에서 공연으로 예술적인 느낌을 충만하게 채웠기도 해서 공연 대신 마지막으로 Plaza de Mayo를 거닐었다. 아직 신년 맞이 중이라 거리에는 장식이 남아있었고 대통령궁은 분홍집이라는 별명에 맞게 보라색 조명으로 빛났다. 어릴 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엄마찾아 삼만리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가정부로 일하는 곳이었고 부루마불에서 사회복지기금 다음에 바로 있던, 언젠가 규칙도 잘 모르던 시절에 호텔도 아닌 빌딩을 11개나 지어 같이했던 사촌형을 파산시켰던 곳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어른이 되어 이 곳을 여행하게 될지 정말 꿈에도 몰랐던 지구 반대편의 도시였었다. 짧다면 짧은 3일의 방문 동안 미처 다 보지 못했지만 (특히 위험하다고 소문난 La Boca 지역) 그리고 좋은 기억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흰 겨울의 크리스마스 대신 반팔 차림의 사람들이 즐겁게 거리를 거닐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연말에 대한 추억이 요 며칠 기분 좋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아직 1/3이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