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fjörður에서 Westfjord 남쪽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터널이 어찌나 긴지 터널안에 신호등(!)과 삼거리(!)가 있었다. 아침부터 우중충한 날씨와 아이슬란드에서도 아직까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Westfjord의 열악한 도로가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우리를 맞아주었다. 마치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듯이. 덕분에 드라이버 yamn양은 아침 졸음과 고군분투하며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덩달아 조수석에 앉아있는 나 역시 긴장과 불안 그리고 멀미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건진 사진들을 보니 참으로 신비로운 풍경이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정말 자연의 입김 그대로 눈 앞에 펼쳐져 여행자로 하여금 모험심을 한껏 충전하게 하는 곳이다.
Westfjord 지역은 특정한 관광지가 있다기 보다는 길에서 느껴지는 천연 그대로의 날 것의 풍경이 여행객에게 감동을 주는 지역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손에 꼽히는 (접근 가능한) 관광지가 있다면 Dyjandi 폭포가 아닐까 싶어서 아침에 들리려고 갈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흐린 날씨와 포장조차 되지 않은 길은 아침일정에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바다 건너 산정을 뒤덮어 버린 구름은 만만치 않은 두께를 자랑하며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메텔의 크고 검은 모자처럼 그 안에 많은 것을 감추어 둔 듯 했다.
결국 가까이 다가지는 못하고 길 건너에서 사진으로만 남긴 Dyjandi. 꽤나 멀리서 이렇게 선명하게 잡히는 것 보니 규모가 제법 큰 폭포이리라. 세찬 물살덕에 물거품이 비단처럼 산허리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검은 그릇의 한편이 터져 그 속에 가득 담겨있던 우유가 갑자기 흘러내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