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마다 자유낙하 중인 탓인지 한껏 찌뿌둥해서 일어나는 날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그 정도가 심하여 미처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고 말았다. 고층으로 그리고 동향의 아파트로 이사한 이후로, 아침마다 얼굴을 바로 때리는 강한 가을 햇살 덕분에 내가 하루 해보다 늦게 일어났다는 왠지 모를 패배감에 젖어 역시 나는 안 될거야 하며 침대에서 끝내 밍기적 거리는 날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오늘은 멍하게 아니 쿨하게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거뭇거뭇한 거리를 내려다보며 아침 준비를 했다.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거리에는 청소차의 소음이 밤새 도시를 짓눌렀던 무거운 밤 공기를 밀어내고 있었고 난 왠지 모를 성취감에 젖어 누가 시키지도 않은 된장을 아침부터 끓였다.
냉동실에 처박혀있던 조개를 넣고 역시 냉장실에 처박혀있던 콩나물도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된장을 풀고, 양파와 호박을 썰어 놓으니 지나가 버린 청소차의 소음을 미처 채우지 못한 적막함이 불쑥 찾아왔다. 그리고 창밖에는 이제야 동이 터오고 있었다. 사실 이사 온 이후 어느새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어 뜨는 해를 보는 게 일상처럼 되가고 있었지만 이렇게 뜨기 직전 여명의 순간을 보는 건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아스라한 홉킨스 병원 뒤로 푸른 빛에서 붉은 빛으로 전이가 이루어지는 순간. 곧 깡패같은 태양이 이 팽행한 또는 부드어운 색감의 대립을 부숴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한 동안 바빠서 묵혀 두고 있었던 이 곳에 사진과 함께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