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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Camden yards (2013,4,20)


볼티모어 떠나기 전에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던 Baltimore oriole의 홈구장 Camden yards. 내가 이 곳에 오기전까지 만해도 NFL에서 제법 큰소리 내는 Baltimore ravens에 비해 마치 한화 이글스를 연상시켰던 Orioles였기에 사실 관심밖에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한화 이글스에서 쫓겨난 브라이언 배스라는 선수가 너무 못해서 이 선수의 아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당연하게) 악플이 달렸는데, 이 때 이 아내의 말이 나는 Baltimore orioles의 팬이라서 한화 이글스 팬들의 심정을 이해한다였다 ㅋ). 그러다 Orioles가 작년에 환골탈태해서 왠지 Buckle up에 동참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올 시즌 시작할 때 부터 물씬물씬 풍기던 중...... 다른 리그의 LA Dodgers가 그것도 류현진이 선발이라니 이 엄청난 확률의 경기가 성사 되면서 "어머 이건 꼭 가야돼"가 되버렸다. 


비로 하루 다음날 열리긴 했지만 야구장에 가니 그냥 마냥 신났다. 야구는 좋아하지만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후로 가본 적이 없었네. 그래서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데 저 멀리 다저스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숫자가 99. 번호도 참 쉽기도 하지. 저녁에 파워워킹하시는 아줌마마냥 류현진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 미국 야구장들 중에 수준급이라는 Camden yards의 음식을 사서 자리에서 점심을 즐기려 했던 계획은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외야석으로 순전히 류현진 보러 갔다.


외야에 다다르니 롱토스를 시작한 류현진이 정말 눈앞에 있었다. 모태 이글스 팬이지만 그러고 보니 류현진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는데 그 동안 류현진을 묘사하는 류뚱이라든지 강유미(물론 지금은 아니지만)라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수긍이 되었다. 여튼 덩치가 참 크고 좀 긴장되 보이긴 했다. 롱토스를 마치고 들어가는 그를 향해 (Orioles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입었지만) 류현진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분명 들었으니 연습공을 던져줬겠지. 그렇다. 들어가는 그는 우리에게 롱토스하던 공을 던져주었고 그 공을 지금 내 손에 있다 (다시 한 번 피까지 보며 그 공을 얻어낸 아내에게 고마움을).


그리고 경기야 뭐. 경기 결과야 다 알듯이. 내가 류현진 팬이긴 하지만 Orioles 팬이어서 한 6회까지 정체성의 혼란과 이기는 편 우리편, 아니면 나는 평화를 사랑해 뭐 이런 박쥐같은 입장을 취하다가 류현진이 내려간 이후에는 대놓고 Orioles chant를 해버렸네. 사실 류현진이 첫 홈런 맞기 직전에 1루 주자를 바라 보기에 1주 베이스 뒤에 있었던 나는 손을 번쩍 들고 "화이팅"이라고 외쳤는데 바로 홈런을 맞아버려 좀 버름해져서 게속 응원하기가 좀 찝찝했던 것도 있다. 4회인가 끝나고 전광판에 내가 잡힌 건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