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레길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여행 상품이 되었다. 그래서 어찌되었던 올레길을 꼭 거닐어 보리라 마음을 먹고 괜찮은 구간을 물색해본 결과, 마침 서귀포 숙소에서 가까웠던 올레 7번을 선택하였다. 7번은 서귀포 외돌개에서 시작하는데 덕분에 시작점 찾기도 편하고 주차하기도 용이했다. 그리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챙 넓은 모자도 살 수 있었다. 올레길은 아무래도 주로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다 보니 그늘이 없는 곳이 곳곳에 있다보니 햇빛차단은 필수. 물론 생수도 넉넉히 챙기는게 좋다고 한다. 어쨌든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발걸음을 때자 마자 홀로 솟대처럼 서 있는 외돌개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대장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그래서 인지 외돌개가 잘 보이는 곳에 실제크기의 이영애 입간판이 있었고 그 입간판 옆에서 사진 찍는 중국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외돌개를 지나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니 바닷바람 같지 않은 상쾌한 바람이 앞으로 힘들테니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듯했다. 제주도 가을은 갈대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되새기게라도 하듯 그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저 바다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섬들이 수평선 위에서 구름이 떠있든 두둥실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 걸음이 무서운게 천천히 걷다가도 문득 바다 쪽을 돌아다 보면 어느새 눈 앞에 보이는 섬들이 바뀌어 있었다. 이런 식으로 걸으면 언제가는 정말로 제주도를 한바퀴 다 돌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올레 7길이 계속 바닷가를 따라 연결되어있을 거라 기대 했지만 아쉽게도 서라벌여고 즈음해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잠시 섬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조금 친절하게 안내문 같은게 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대신 도로변에 이름 모를 꽃들과 제주 감귤이 새파란 잎사귀 사이에서 노오랗게 익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바다를 시선에서 잠시 놓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