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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Korea (2014)

올레 7길, 법환, 그리고 강정 (2014, 10, 8)

어느새 서귀포를 지나 법환에 다가 갈 수록 해변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해변에는 파도에 조금씩 닳고 닳은 검은 화산암들이 모래를 대신하고 있었다. 검은 돌들에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풍경은 아름답게 다가왔다가도 그 돌 사이사이로 밀려드는 쓰레기들은 결코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올레 길이 영리를 추구하는 여행지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단지 해변 산책로를 연결한 것에 불과한 탓인지 딱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자연스러운 모습도 좋지만 너무 자연스러운 나머지 정비가 필요한 부분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올레꾼들에게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더라도 바다에서는 여전히 쓰레기는 밀려들고 여름마다 불어오는 태풍에 시설물들은 지속적으로 상할텐데......차라리 뭔가 영리사업을 하고 그 이익으로 좀 더 관리를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환포구는 해녀들이 활동하는 주무대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물질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있고 교육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날 밤 숙소 앞에서 해녀분들이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리시고 또 짐칸에서 물질에 필요한 장비들을 꺼내시는 모습들을 봤었는데 이 곳에서 일하시는 건 아닌가 내심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이 곳은 최영장군이 고려말 몽고 잔당들을 마지막으로 물리친 곳으로 유명한데 그 토벌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들에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괜히 신나기도 했다.

그리고 또다른 갈대길을 지나. 강정에 다다랐다. 한창 공사 중이다. 공사 중임에 분명한데 조용하고 조용하지만 불안하고 불안하지만 건실해 보였다.

생각보다 올레 코스 하나하나가 길어 (아마 하루 단위로 끊어야 될 듯) 한 나절 걷고 켄싱턴 호텔에서 올레길을 벗어났다. 한 7길을 절반 정도 걸은 듯. 길을 따라 걸으면 걸을 수록 검은 돌은 더 부드러워졌다. 해안에 숭숭 똟린 구멍으로 그 검은 돌들이 박혀있는 모습이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