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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Korea (2014)

송악산 - 제주도, 한국 (2014, 10, 6)


해가 지기 직전에 송악산에 다다랐다. 올레길이 잘 정비되기도 했고 유명한 관광지라서인지 저녁 넘어가는 햇살을 맞으며 걷기가 참 좋았다. 이런 제주도는 멋진 풍경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슬픈 역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 곳에도 역시 일본군들이 군사목적으로 사용했던 해안 동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송악산이 위치한 제주도 남서부 지역에는 일제 시대 사용되었다는 비행장이라든지 한국전쟁 당시 기초 군사훈련이 행해졌던 제1 훈련소 (그래서 현재 육군 훈련소가 제 2 훈련소라고 오랫동안 불렸다고) 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있다면 돌아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4.3 사건에 대해서도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날 바람이 심해서 조금 쌀쌀했지만 걷는 재미가 있는 곳이 었다. 등산하는 것 처럼 오르막도 있고 또 따라오는 내리막 그리고 그 내리막에서 펼쳐지는 갈대밭 그리고 그 갈대밭에서 하릴없이 풀뜯고 있는 제주도 말, 그리고 그 제주도 말 태워주는 사람, 그리고 그 제주도 말과 사진도 찍고 심지어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는 관광객들, 그리고 그 관광객들 뒤로 부서지는 햇살. 그리고 햇살처럼 부서지는 절벽밑 파도.

올레 10길을 한창 따라가다가 이렇게 따라가다간 송악산에 오르기전에 해가 질 것 같아서 부남코지까지가서 돌아 송악산을 올랐다. 화산암들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등산로가 부스러지는 느낌이었고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했다. 조금 정비를 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뒤로하고 움푹파인 분화구를 내려다보니 참 평화로워보였다. 굳이 부는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흘러가는데고 기울어진 갈대들과 여기저기 흐드러진 야생화와 풀뜯는 말들을 저 멀리 산방산이 쳐다보고 있는듯했다.

반대편 바다 쪽으론 가파도와 그리고 그 너머 조그맣게 우리나라 최남단이라는 짜장면으로 유명한 마라도까지 어렴풋이 보인다. 

그렇게 해가 지고 또 달이 뜨고 하루가 가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제 제주도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이었고 당장 이 어둠을 뚫고 서귀포까지 숙소를 찾아가야 했기에 그리고 저녁도 먹어야 했기에 발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