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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Brazil (2015)

떠나며 - South america

<이파네마 해변>


+ 초반에는 열심히 여행기 썼었는데 언제 부터인가 글 쓰는게 좀 뜸해졌다. 특별히 더 바빠졌던 것도 아닌데 왠지 글 쓰는게 쉽지 않았다. 전문적인 과학자로 근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데 정작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딱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에 괜한 자괴감도 좀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부터 글 쓰는 것에 그리 부담감이 없었는데 언제인가부터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이 여행기들도 단순히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시작한 것이었네 어느새 400개 넘는 글들이 쌓이다보니 잘 써야하는 건 아닐까 문득 고민되기도 하고, 여행기의 특성상 결국 좋았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일진데 나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여행기에 그려지는 것 처럼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기도 해서 괴리감 같은 것도 있었다고나 할까? 하루하루 칼날에 서있는 기분으로 사는 날이 더 많은 한 해였는데 한가로워 보이는게 솔직히 싫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매일 들어와보던 블로그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내 여행 버킷리스트에 항상 윗자리에 있었다. 이런 곳을 다녀오고 나니 여행 자체에 좀 시들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마침 아내 학회 때문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북유럽에 잠시 나왔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여행의 즐거움이 되살아나서 미쳐 마무리하지 못했던 남미 여행기들을 마무리한다. 힘들기도 했지만 내 청춘을 닫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멋진 여행인지라 한 번 마음먹으니 단숨에 써지네. 지금은 노르웨이의 Lofoton 제도에 있는데 이 북극권의 도시에서 한창 더울 때의 남미 여행기를 쓴다는게 좀 이상하긴하다.


<지금 이런 곳에 있다>


+ 남미 여행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물론 멀거니와 미국에서도 결코 가깝지 않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나 리우 데 자네이루는 큰 도시기는 하지만 파타고니아와 같은 곳은 여전히 시골이고 심지어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우여곡절들을 하나하나 해쳐나가다 보면 뭔가 성취감 같은 것들이 생기는 것 같고 이런 성취감이 모여서 그래 그 여행은 대단한 여행이었어라고 회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다녀본 여행 중에서 감히 최고의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한 편으로 이런 여행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 


+ 그래도 다행히 이런 여행 저런 여행은 계속 되고 있다. 미처 여행기 남기길 시작하지도 못한 곳도 쌓여있고, (예를 들어 Utah나 Colorado 또는 캐나다), 이번 북유럽 여행도 즐겁게 하고 있다. 여행에 기분에 잠시 취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조금씩 잠시 넣어두었던 여행기들을 여기에 다시 풀어보기로 소심하게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언제나 여행에 그리고 나의 하루에 옆에 있어주는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다시 한 번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