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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Chile (2015)

W trail (day 2) 5: Frances valley 1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20)


가방을 camp italiano에 던져놓고 Frances valley (Valle de Frances)에 오르기 시작했다. 목표는 계곡의 최종점인 Mirador Britanico이긴 했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지체되기도 했고 같이 하이킹을 하는 몇몇 분들은 힘들 것 같다고 중간의 Mirador Frances에 돌아가기로 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조금은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우리는 짐을 잃어버린 탓에 지금까지 가볍게 왔고 고로 체력이 많이 남아있어서 걱정했던 것 보다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맞이하는 풍경이 너무 멋져서 피로를 쉽게 잊을 수 있었다. 분명 눈앞에 펼져진 Cerro Paine Grande는 5분 전에도 10분 전에도 같은 봉우리 였는데 볼 때마다 다르고 또 훌륭한지. 봉우리 허리에 머물러 있던 빙하가 점점 다가왔고 또 점점 뒤로 갔고 어느새 숲이 펼쳐졌으며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걸은 뒤 Mirador Frances에 도착했고 저 멀리 Lago Nordenskjold들 바라보며 숨을 좀 돌릴 수 있었다. 여기서 돌아가기로 하셨던 분들도 풍경이 너무 멋져서 별로 피로를 못 느꼈는지 아니면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끼셨는지 끝까지 가기로 하셨다. 우리도 당연히 앞으로.



Mirador Frances를 지나니 바위나 돌들은 여전히 많았지만 오르막이었던 길은 좀 잦아들고 산 속 깊숙한 곳 빙하에서 녹은 듯한 들이 녹아서 흐르고 있었다. 이런 오랜 하이킹을 할 때 물을 많이 들고 다녀야해서 때로는 이 물이 배낭을 무겁게 하곤 하는데 이 곳에서는 그냥 저 빙하 녹은 물들을 마시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맛보았는데 그닥 별로 (그래서 나중에는 물 대신 와인을 넣고 다녔다). 길이 좀 평탄해져서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잡힐듯 잡힐듯 보일듯 보일듯한 Mirador Britanico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더 걷고 나서야 드디어 오른쪽에 Cuernos 봉우리들이 보였다. 각각의 봉우리들은 Espada (sword, 검), Hoja (leaf, 잎), Mascara (mask, 가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날카로움이나 전체적인 모습을 생각해보면 금방 수긍이 되는 이름들이었다. 당당하게 Torres del Paine의 더위와 추위들을 맨몸으로 맞서 왔을 저 봉우리들을 바라보니 장엄함 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저 봉우리들을 뒤로하고 힘들게 서있는, 잎을 모두 잃은 나무들의 모습이 신비하게 느껴지졌다. 그렇게 Camp Britanico에 다다랐다.


하지만 Mirador Britanico까지는 30분 정도 더 (그리고 다시 오르막) 가야했다. 때마침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마주쳤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오리올즈 팬이라며 오리올즈 캡을 쓰고 있는 나를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2시간 반이 걸려 Mirador Britanico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