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고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한 뒤 하나 둘씩 그날 계획한데로 갈길을 재촉했다. 서쪽에서 시작하여 이 곳 Paine Grande에서 W trail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은 아침 9시 배를 타고 다시 나갔고 이 곳에서 W trail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동쪽 Francis 계곡 또는 서쪽 Grey 빙하로 출발했다. 사진 속의 커플은 콜로라도에서 왔는데 우리랑 같은 투어버스를 타고 들어와 우리 사정을 다 알고 있어서 출발하기전 우리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다. Puerto Natales에서 출발한 첫 버스는 Pudeto에 12시에 도착하므로 역시나 첫 배에는 우리 짐은 없었지만 대신에 배 선원에게 우리 사정을 잘 설명할 수 있었고 다음 배에 꼭 실어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10시가 넘으니 lodge에서 청소를 해야한다며 잠시 나가달라고 해서 처량하게 밖에 앉아있었다. 어찌나 날씨가 꾸물거리고 바람이 많이 불던지......처량하기도 했지만 어휴 저 날씨에 안 걸어도 되는구나 괜히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12시가 되었고 다음 배가 왔다. 그리고 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대신에 아까 약속했던 선원이 와서 어쨌든 Puerto Natales에서 출발은 했다는 연락은 받았다며 아마 6시에는 오지 않을까 한다고. 그렇게 짐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하루 더 이곳에서 묶게 되었다. 사실 이 곳에 W trail을 마치고 하루 더 머무르려고 했는데 호르헤에게 사정을 다시 설명하니 다행히 빈자리가 있다며 마지막 날 예약을 오늘로 돌려주었다. 식사도 함께.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니 우리도 다음 배가 올 때까지 뭔가 하이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날 가려고 했던 Grey 빙하 하이킹을 시작했다.
하이킹을 시작하려고 하니 바람은 그대로 였지만 잔뜩 찌뿌렸던 날씨는 조금씩 맑아져 뒤를 돌아보니 Lago pehoe가 완연히 푸르게 넘실되고 있었다. 원래는 Lago grey 대피소까지 가려고 했지만 마지막 배를 타고 돌아와야했으므로 6시 전에는 돌아오기로 하고 발걸음은 재촉했다. 하이킹 계획을 세울때 시간을 조금 여유있게 잡는 편인데 이날은 중요한 데드라인이 있어서 최대한 갈 수 있는데 가보기 위하여 최대한 서둘렀다. 다행히도 바람도 조금씩 잦아들어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이렇게 우리는 그 유명한 W trail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