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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Chile (2015)

Torres del Paine tour 2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18)


결국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배 선착장인 Pudeto 근처에 Salto Grande를 잠시 들렀다. Torres del Paine 지역은 여러개의 빙하호들을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호수들의 물빛이 달랐다. Lago Nordenskjold는 짙은 구름에 불구하고 푸른빛이 선명하다. 마치 아르헨티나 El calafate의 Lago Argentino 처럼 (여기는 Chile 임에도 불구하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이 곳에서는 모자를 부여잡고 카메라 렌즈에 물방울이 튈까바 손으로 카메라를 가려가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심한 바람 탓에 위로 제대로 뻗지 못한 나무 가지들이 괜히 더 심란하게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도 역시 더 심란하게 했다. 조금씩 다가오는 배 시간도 심란하게 했다. 심한 바람소리 탓에 가이드의 설명이 잘 들리지 않은게 더 심란하게 했다. 심란한 마음에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심란하게 했다. 날씨탓인지 그래서 기대에 못미치는 풍경 탓인지 자꾸만 가방 생각이 나서 심란했다.



그래도 Salto Grande 이름 처럼 큰 폭포 구경잘하고 투어는 마무리했다. 남은 투어 일정은 적당히 시간 보내다가 Pudeto에 배시간 잘 맞춰 도착하면 오늘의 숙소 Paine grande lodge로 배를 타고 들어가게 된다.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는 교통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된 투어였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알찬 투어였던 것 같다. 식사시간이 애매하기 때문에 먹을 샌드위치를 주긴하는데 음식은 별로 (사실 우리의 문제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거겠지). 날씨가 조금 더 좋았다면 추천할 수도 있게지만 여기 날씨가 좀 변덕이 심해서......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 여행객들에게 마지막 문명을 즐기라고 Hosteria pehoe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무르게 해 주었다. 같이 온 사람들은 젖은 몸을 말리거나 미처 챙겨먹지 못한 점심을 먹거나 간단하게 와인이나 맥주를 즐겼지만 우리는 잃어버린 가방을 잊지 못하고 가이드를 졸라 계속 전화로 짐을 수소문했다. Puerto Natales에서 우리의 가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것 까지는 확인하였지만 이 곳 까지 배달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국 확답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알고 있다고 하니 조금 마음을 놓고 호스텔 주위 Lago Pehoe를 좀 둘러보았다. Torres del Paine에는 구름이 걸렸다가 지나갔다가 시시각각 변했고 분명 색깔이 있는 세상에 있는데 흑백톤만 존재하는 듯한 풍경에 둘러싸인 것 같았다.그 때 상황이 자꾸 생각이나서 그런지 사진 속의 아내의 모습이 왠지 짠하다. 이제 곧 있으면 가방이 우리 손에 다시 돌아 올 수 있을지 결론이 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