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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Denmark (2017)

Stroget - Copenhagen, Denmark (2017, 9, 10)


코펜하겐은 여행으로 왔다기보다 아내 출장으로 온 터라 여기를 꼭 구경해야지 뭐 이런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았었다. 나도 정말 오랜만에 유럽에 왔지만 일이 바빠서 학회장에 아내를 보내 놓고 호텔에서 일을 했다. 날씨도 비도 오락 가락 우중충하여 내가 정말 일하기 좋아하는, 굳이 이 날씨에 나가 놀 필요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였고. 그렇게 각자 집 떠나와서 집에 있는 것 처럼 일하던 중이었는데 일요일이 되니 며칠 동안 흐렸던 날이 정말 화창하게 개었다. 정말 며칠동안 이렇게 좋은 날씨가 없었다고. 그래서 오후에는 각자 일거리를 잠시 호텔방에 두고 코펜하겐 거리로 나왔다. 아무래도 호텔을 학회장 근처에 잡다보니 도심에 가까이에서 머물고 있었고 그래서 조금만 걸어도 코펜하겐의 중심지에 쉽게 다다를 수 있었다.


지난 여름에 유럽에서 공부를 하셨던 아버지에게 코펜하겐 가면 뭘 봐야될까요 여쭤봤는데 티볼리 공원이 제일 유명하지라고 하셔서 저기는 꼭 가봐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한 5분 걸으니 눈앞에 똭 있어서 살짝 놀랐다. 코펜하겐에는 자전거를 위한 교통체계, 즉 자전거 도로 뿐만아니라 자전거용 신호등도 있어서, 아 자전거가 이렇게 많구나 하고 자전거 사진을 찍다가 고개를 돌리니 티볼리 공원 입구가 눈 앞에 똭. 바로 들어갈까 살짝 고민하다가 이 좋은 날씨가 아깝기도 하고 저녁 무렵이 더 좋다고 해서, 그리고 살짝 비싼 입장료가 부담스럽기도 해서 일단 패스.


그리고 시청 광장에 다다르니 이슬람 이민자들의 시위가 있었다. 왠지 시청 광장은 세계 어디서나 같은 역할을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 시청 광장을 둘러싼 고풍스러운 시청 건물과 호텔 건물이 멋지긴 했는데 저 사람들을 왠지 가두는 느낌이 있어서 답답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광장의 절반은 한창 공사중이어서 그 답답함이 더 했다. 하나 재미있는게 있다면 공사 현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서 공사와 관련이 없는 나 같은 지나가는 사람들도 올라가서 그 넓은 공간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청 밑에 제법 큰 안데르센의 동상이 있었다. 가장 실망스러운 여행지라 하면 벨기에 오줌싸개 동상과 1, 2위를 다투는 인어공주 동상까지 가는 건 좀 힘들 것 같아서 잠시 들러보았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저 높은 코가 기억에 남았다.



광장을 지나 자연스럽게 쇼핑 거리인 Stroget에 들어섰다. 우리가 쇼핑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단 한 군데 레고가 태어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레고 스토어에는 가봐야겠다, 시간이 없어서 빌리룬드의 레고랜드는 못 가니 레고 스토어라도 가봐야 겠다 생각을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실망이었다. 차라리 뉴욕 롹펠러센터에 있는 레고 스토어가 사람도 많고 물건도 더 많았던 듯하다. 그래도 저 레고 마크의 역사와 저 벽을 뚫고 다니는 용이 뉴욕에서만 볼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것 정도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코펜하겐의 상징과 같은 늬하운을 재현해 좋은게 보기 좋았다 (마치 롹펠러 센터의 레고 스토어는 롹펠러 센터 레고가 있는 것 처럼). 그리고 발 걸음을 실제 늬하운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