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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Peru (2009-2010)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1 - Arequip, Peru (2010, 1, 2)


사실 Arequipa에 도착하자마 들러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신년맞이 행사로 인해서 12월 31일에는 3시에 문을 닫아버렸고 1월 1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않아서 발길을 돌려야했었다. 1월 2일에는 4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의 친절한 Colca tour 가이드에게 4시전까지 Arequipa에 도착해 달라고 조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해진 투어일정은 어쩔 수 없는지라 Arequipa에 도착하니 시간은 5시를 지나고 있었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가이드가 특별히 전화를 넣어놓았단다. Alleh!를 외치고 늦게나마 입장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이 곳이 가보고 싶었을까? 겉보기에는 못생긴 찐빵을 덕지덕지 쌓아놓은 것 같은 모습인데. 나름 화려한 식민지 시대의 성당이나 수녀원들도 어느새 질려버려 '또 너냐?' 스윽 올려다보고 아무미련 없이 지나쳐버렸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Lonely planet의 소개글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동안 식민지 건물에 질렸었다면 여기는 꼭 방문해 볼 것"


입장료 치고는 제법 비싼 30솔을 지불하고 좋은 회전문을 지나 눈앞에 펼쳐진 수녀원은 정말 또다른 세계였다.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가문을 위해 또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 이 닫힌 공간에 들어온 그리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종교에 봉헌한 그들이 창조한 공간은 지금까지 봐온 식민지 시대의 건물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 동안 봐온 건물이 오롯이 신에게 바치는 건물이라면 그래서 그 화려함이 지켜보는 이에게 거리감을 주게한다면 이 곳은 그 들의 삶 자체가 신에게 바쳐져서 인지 건물 자체에서 신성함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건물 구석구석에서 보여지는 그녀들의 손길이 신성한 입김을 불어넣어주었다.




담장 밖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예쁜 공간들이 미로처럼 펼쳐져있었고 일부는 아직도 수녀님들이 자신의 수양을 계속하고 있었다. 각 담장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유럽의 지명들이 새겨져있었다. 그 들에게는 진정 이 수녀원이 이 세상의 전부였으리라. 빨간색으로 파란색으로 또 어느 것은 하얀색으로 나름 다양한 색으로 벽을 칠했던 것은 아닐까? 이 세가지 색만으로도 식민지 건축물에게 피곤해진 내 눈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아기자기한 공간 안에 전시되어있던 여러 유물들로 우리는 당시 수녀님들이 영위했던 생활을 그려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