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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England (2013)

Houses of Pariliament - London, England (2013. 6. 15)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알아보던 중 문득 나도 아내도 영국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학위를 하셨던 아버지께서 유학 생활 중 영국 정도야 언제든지 가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미루고 미루시다가 결국 가보지 못하고 돌아오셔서 조금 아쉬웠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 까짓거 하루 더 런던에서 머물렀다 가기로하고 더블린으로 향하는 비행기 대신에 런던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여행을 가기전에 Lonely planet을 미리 사서 꼼꼼하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편인데 런던은 거의 백지 상태로 날아갔지만 다행히 아내가 이 것 저 것 알아봐서 그렇게 크게 허둥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8년 전 처음 여행나올 때와는 달리 외국 여행도 조금 익숙해졌고 영어도 조금은 더 편해져서 될되로 되보라지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런던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런던 외곽에 시골 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기차를 타고 들어가, 그 유명한 갑작스러운 런던 소나기에 흠뻑 젖은체로 입성하였다. 참으로 허술했던 한인 민박에 짐을 풀고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활짝 개어있었다. 참 신고식 한 번 요란했다. 

하루의 짧은 일정이었기에 바삐바삐 움직이기로 하고 얼른 나왔다. 크로아티아에서의 마지막 날 체력보충도 충분히 했고 숙소도 국회의사당 근처에 있어서 바로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중고등학교 때 영어교과서에 단골표지였던 빅벤을 바라보니 괜히 신기했다. (이런 기분은 사실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을 지나다닐 때마다도 느꼈다. ) 그 때는 내가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어느새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간혹 걱정하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국회의사당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선사해주었고 때 마침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터라 명징하게 다가왔다.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날짜가 맞지 않아서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 기회로.고딕 양식의 건물인 터라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칼보다 날카롭게 휘두르는 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날카로움이 영국의 역사를 더 나아가 세계의 역사를 조각해 온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부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빅토리아 탑에서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상승감이 짜릿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한 때는 궁전이었던 터라 그 당시의 세밀한 조각과 장식들이 솟구치는 시선의 사이사이를 채워주고 있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 구경하기 좋은 날이었다. 이렇게 짧게 나마 런던에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