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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Croatia (2013)

Church of St. Ignatius - Duborvnik, Croatia (2013. 6. 13)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각 도시에서 꼭 봐야할 것들이 있는 경우가 참 많다. 예를 들어 파리에 가면 에펠탑을 가봐야 한다든지 워싱턴 DC에 가면 백악관을 가본다든지. 하지만 또 그냥 이름 모를 거리를 걸어다니는 재미가 분명 있다. 왠지 예술의 향기가 느껴지는 파리의 거리라든지 뭔가 바쁘게 움직이는, 세계 정치의 중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옷깃을 스칠 지도 모르는 DC의 거리. Dubrovnik의 거리는 왠지 후자의 즐거움이 더 강한 것 같다. 여행 안내서가 알려주는 데로 이 곳 저 곳 들러보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까지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 대신 그 곳까지 찾아가는 동안의 느낌이 왠지 더 진하게 남아있다. Church of St. Ignatius는 도심에서도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는 동안 Gundulic's square와 제법 높은 계단을 오르게 된다. Gundulic's square에는 많은 유럽 도시들의 광장들이 그러하듯 괜찮은 식당들이 자리를 펴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었고 우리도 또한 크로아티아의 젤라또의 강한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었다.  주변 건물들의 1층은 이런 식당들이 대부분이고 그 위 2층이나 3층은 생활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여행 시즌에는 여행객들에 숙박 형태로 대여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부엌은 대부분 맨 위 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왠지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스페인 계단을 연상시키는 계단을 오르면 Church of St. Ignatius가 우리를 맞이한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다보니 뭔가 압도적인 느낌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들러볼만한 곳은 아닌가 싶다. 아니 그 것보다도 이 곳에서 잠시 여행객들에게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서면 번잡함에서 벗어나 왠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을 거닐 수 있었다.  이 오래된 도시 안에서 문화재로 화석화되지 않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공간에 들어서니 왠지 어린시절 골목에서 뛰어 놀았을 때 내가 이 곳의 대장인 것과 같은 그런 안온함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