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Torres del Paine 투어의 첫째 날이 밝았다. 우리는 Always Glacier란 회사를 통해서 했는데 이메일로 사전에 알아본 가격보다 직접 현장에서 예약한 가격이 좀 더 저렴했다. Torres del Paine를 다녀오고 나서 Perito Moreno와 El chalten까지 묶어서 가격흥정도 가능했고. 아침 이른 시간 (5시 반에서 6시 정도) 작은 버스들이 각자의 숙소를 돌며 여행객을 태워 El calafate 시외에 큰 정류장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데려다 주면 우리는 갈아타고 40번 도로를 타고 칠레로 향한다.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버스를 타자마자 나를 포함한 대부분 잠이 들었다. 한 세 시간 정도 지나 문득 눈을 뜨니 저 멀리 안데스 산맥의 끝에 위치하고 있을 산들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앞에 넓은 들판은 왠지 모르게 잠이 덜 깨 눈앞이 부연 것 처럼 습기를 잔뜩 머금은 것 같았다.
그리고 도착한 국경. El calafate에서 칠레의 Torres del Paine로 갈 때에는 아르헨티나 쪽에서 한 번 칠레에서 한 번 여권 검사를 한다. 미리 인터넷에서 두 번 한다는 것은 숙지한 우리는 첫 번째 국경에서 여유있게 사진도 찍고 파타고니아의 서늘한 바람을 만끽했다. 그리고 곧 두번째 칠레의 Cerro Castillo에서 여권 검사. 이 곳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으니...... Cerro Castillo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이야기했고 여행자 중 한명이 짐을 다 들고 내리라고 통역을 해주어 우리는 들고 있던 여권이랑 작은 가방은 들고 내렸는데 짐칸에 있는 가방은 그대로 두고 내렸었다. 그리고 우리가 여권 수속을 마치고 잠시 환전을 하는 동안 그냥 버스가 떠나버린 것이었다. 짐칸에 있는 가방을 내려주지 않고! 알고보니 우리가 탄 버스는 Torres del Paine로 바로 가는 사람들과 Torres del Paine로 가기 위한 전진 기지의 역할을 하는 Punta Natales로 가는 사람들이 섞여있었고 이 곳에서 Torres del Paine로 바로 가는 사람들은 다시 차를 바꿔타게 되는데 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서 (더군다나 가이드는 영어를 못했다) 하이킹 장비로 가득찬 우리의 배낭은 우리와 떨어져 Punta Natales로 홀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완전 당황했고 상대적으로 침착한 아내가 Torres del Paine를 안내해 주기위해 새로 나타난 가이드와 잘 이야기하여 여행사에서 Punta Natales에서 다시 Torres del Paine로 보내주기로 약속을 받고 일단은 여행을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짐을 잃어버려서 많이 당황했지만 내마음도 몰라주고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아내와 서로를 응원하며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가장 중요한 등산화는 신고 있었고 아침에 날씨가 추워서 바람막이 자켓이나 그외 보온 내의도 입고 있었으며 여권이나 돈도 (여권 심사와 환전 중에 일어났던 일이니) 우리 수중에 있었다. 먹을 것들은 이미 숙소에서 제공하는 것을 먹기로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고 4일간의 숙소 역시 모두 예약이 완료된 상태여서 우리는 씩씩하게 헤쳐나가 보자 마음먹었다. 마치 저 거대한 산들의 벽을 향해 돌진하는 저 낡은 봉고처럼.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때는 짐이 빠르면 이날 오후에 도착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깐.
그렇게 저 멀리 Torres del Paine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스라이 Torres del Paine에 대표 삼봉이 구름 속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