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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USA (2010-)

Big bend national park 5: Rio grande village area - TX, USA (2014, 12, 26)

굳이 서둘러 산에서 내려온 이유는 한 군데라도 더 방문하기 위해서 였다. 그래서 해지기 전에 더 남쪽으로 남쪽으로 달려 Rio grande village를 향했다. 멕시코와 경계를 이루는 Rio grande를 보고 싶긴 했는데 이 곳에 오면서 국경경비대에게 잠시 붙잡혔던 기억이 아직 생생했던지라 살짝 두렵기도 했다. 지도를 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황량함이 짐짓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펼쳐졌다. 아무래도 좁은 도로와 낮은 제한속도 때문에 계산했던 것 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였으리라.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케잌이 멕시코리라 생각하며 강가를 향해 달려갔다. 실제로 village에는 국경을 걸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정말 멀어보이다가도 실제로는 엄청 가까운 국경이었다.

황량한 사막 지역을 한참 지나 해가 지기 한 시간 정도 전에 Rio grande village 지역의 마지막에 위치한 Bouquillas canyon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조금 늦어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제법 차들이 주차되어있었다. 주차장 한 켠에는 멕시코 인들에게서 기념품을 사지 말라는 경고 비슷한 문구가 붙어있었고 그 문구 멀지 않아서 멕시코인들이 펴 놓은 기념품 좌판들이 있었다. 그 주변을 실제로 멕시코 인들이 말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고 해가 질 무렵에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타고 강을 넘나 들었다. 이게 별 거 아닌것 같은데 사실은 아무 허가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라 조금 후덜덜 하긴 했다. 그리고 국경 검문소가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는게 이해가 되었다. 좌판들을 뒤로 하고 Rio grande 강변의 모래사장을 짧게 걸으니 난 멕시코야라고 말하는 듯 거대한 벽이 눈 앞을 가로 막았다. Boquillas canyon이었다. 그 거대한 벽에 비하면 겨울이라서 그런지 강물은 세차지 않았다. 대신에 짙은 물감을 탄 듯 잿빛의 물이 주변의 소리를 다 집어삼키면서 내려가는 듯 고요했다.

등 뒤로는 Boquillas canyon을 두고 앞으로는 Rio grande를 바라보며 다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연말이고 뭔가 마무를 하고 넘어온 여행이라 그런지 마무리라는 말이 계속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참 멋진 마무리라는게 쉽지 않은데 이 날의 마무리는 참 인상적이었다. 푸른 하늘에 붉은 노을 그 경계에서 보랏빛 시간으로 채색 되어가는 회색의 사막. 그리고 어둠이 내려왔을 때 다시 Chisos basin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향했다. 이 공원에서 식당이라고는 Chisos basin 밖에 없는데 다행히도 음식이 맛있었다. 가격도 Texas 물가를 따라가는지 나쁘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