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전 제주도에 왔을 때 역시 겨울이었고 한라산은 눈으로 덮혀있었다. 젊었고 거칠게 없었기에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무조건 정상을 향했었다. 십년 후 오늘 한라산에 왔으나 이번에는 정상 대신에 조금 짧은 영실 쪽을 선택하였다. 기억이 맞다면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길은 아침에 올라서 저녁이 다 되어서야 내려왔던 같은데 (한 7~8시간 걸렸나?) 영실 쪽은 반나절이면 여유있게 다녀오는 곳이어서 부담이 없었다고 할까? 십년 전에 비해서 체력이 자신 없기도 했지만 왠지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이 다는 아니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영실기암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주차장에서 부터 올려다본 기이한 바위들의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제법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삼십분 정도 오르니 쉽게 능선에 다다랐고 왼편으로는 탁트인 광경이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병풍바위를 비롯한 오백나한들이 본격적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산위에 있는 주상절리가 바치 병풍처럼 펼쳐져 시선을 가로막아 사진으로 그 풍경을 남겼다. 뒤쪽으로는 때마침 날씨도 개어 저 멀리 산방산을 비롯하여 푸른 해안선이 시선을 머무르게했다. 마침 등산로 정비도 잘 되어있어서 계단이 심하게 꺾일 때마다 잠시 머무르며 조금씩 높아지는 또는 조금씩 틀어지는 방향의 풍경을 흠뻑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