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 성산 일출봉.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가파른 등산로를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 왠지 모를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한라산 때도 그닥 격정하지 않았는데) 오르기 전 괜히 자꾸 고개를 들어 봉우리 보고 한 숨 한 번 쉬고 발을 옮겼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정해져서 인지 중국인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도 유네스코 지정 유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꼭 가봐야 될 것 같아서 늘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여행 계획에 포함시키곤 했는데 아마 비슷한 마음들이었겠지. 이들은 제주의 센 바람을 미처 알지 못했는지 날아가는 모자를 그려잡고 잔뜩 웅크린채로 산을 올랐는데 그 모습이 개인적으로 참 웃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팔과 반바지로 올라가는 (아마 추운지역에서 온 사람이겠지) 사람들을 보면 대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번잡했던 입구의 여러 매장들을 지나 조금씩 산을 올라갈 수 록 멀리 성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성산항과 우도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원래 계획은 잽싸게 일출봉을 올라갔다가 우도까지 들어가보려고 했으나 이제는 여행 마지막날에는 좀 힘들어서......(언제 부터인가 여행 마지막에는 좀 여유있게 일정을 짜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언젠가는 제주도는 다시 올 수 있겠지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좀더 쉽게 놓을 수 있었다. 그 다음이란게 십년이 걸릴 수 도 있지만 이번처럼.
짧지만 힘들었던 삼십분 정도의 등산 후에 정상에 다다르니 넓디넓은 정상 분화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역시나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정상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래 나도 고등학교 때 힘들게 올라와 정상 참 넓구나 느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너무 넓다보니 내가 가진 사진으로는 전체를 다 다음을 수 없었다. 그 때도 지금도. 정상에 잘 만들어진 스탠드에 앉아서 땀을 식히면서 저 분화구 너머 푸른 바다 위로 떠올랐을 빨간 해를 상상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려 오면서 다시 우도한 번 바라보고 거친 파도와 바람에 오랜시간 동안 단련되어 왔을 절벽을 바라보았다. 짧다면 짧은 제주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