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going?/Chile (2015)
W trail (day 3) 8: Los Cuernos ~ Las Torres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21)
bbackjin
2016. 9. 20. 21:15
가급적 블로그에 내 사진은 안 올리는데 이 사진은 참 우리가 어떻게 하이킹을 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서 올린다. 저 빨간 배낭과 노란 방수 가방이 우리가 가진 전부였다. 그리고 저 물통 중 하나에는 와인이 담겨있다. 그러고 보면 참 인생사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없구나 검소한 삶을 깨우쳐주는 듯 하기도 하고. 어제는 11km 정도 걸었는데 오늘은 단 4km만 걸으면 된다. 원래는 Las Torres가 아닌 Torres 삼봉까지 올라가든지 아니면 Torres 삼봉에 가장 가까운 Chileno 대피소까지 가야하는데 우리는 잃어버렸던 짐을 Las Torres에서 찾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진하지 않기로 했다. 고로 오늘은 여유가 있어서 떠나는 사람들 다 환송하고 화이팅도 넣어주고 느지막하게 출발했다.
어제까지 맑고 화창했던 날씨는 점차 흐려졌다. 한 여름에도 사계절을 모두 겪을 수 있다는 악명을 가지고 있는 곳이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스물스물 몰려드는 구름을 보니 삼봉 올라가는 건 쉽지 않겠구나 슬쩍 걱정이 되었다. 한창 걷다보니 한무리의 말들과 마주쳤다. 말등에는 온갖 과일과 같은 뭍에서 먹는 식재료들이 실려있었다. 아마 Cuernos에 숙박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겠지. 문득 저 말등에 잃어버렸던 우리 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유 있게 걷다보니 여유 있게 Las Torres에 도착했다. 이 곳에는 이 Torres del Paine 지역에서 가장 좋은 호텔인 Las Torres Hotel이 있다. 심지어 이 곳에서는 와이파이도 된다. 우리가 머물기로 한 Refugio Las Torres는 이 호텔에서도 제법 걸어 (20분 정도) 도착할 수 있었다. 이 W trail이 점점 인기가 있다보니 이 대피소는 본 대피소와 대피소 별채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이 곳에 그렇게 찾아 헤매던 우리 짐이 와 있었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카메라 충전도 하고 속옷도 샤워 후에 갈아입고 기분 좋게 저녁 시간을 보냈다. 저 멀리 내일 오를 삼봉이 보였다. 내일은 좀 더 맑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