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res del Paine tour 3: Pudeto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18)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는 우리를 Pudeto에 내려다 주었다. Pudeto는 Paine Grande lodge로 가는 배가 하루 세 번 (아침 9시, 정오 그리고 오후 6시) 출발하는 곳으로 우리도 계획상으로는 이 곳에서 마지막 배를 타고 Paine Grande lodge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되어있었다. 계획이 변한 건 없지만 이 곳으로 잃어버렸던 짐이 오기로 되어있었기에 긴장되었다. 배 시간에 맞추어서 오후에 Punta Natales에서 출발한 버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고즈넉했다. 간식거리를 파는 곳이 있긴하나 역시나 손님이 없어 한적했다. 때 마침 버스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먼지를 잔뜩 뒤짚어쓴 커플이 도착하여 적막에 금을 내었다. 자전거 타이어 하나가 구멍이 나서 오다가 갈았는지 쭈그러진 고무 튜브 처럼 생긴 타이를 어깨에 맨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다가도 참 대단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자전거 이 곳 저 곳에 매달린 짐이 괜시리 부러워졌다.
6시가 다 되어가니 버스가 한 대 들어왔고 우리는 달려갔다. 버스 기사가 짐을 하나씩 내렸고 안에 있는 승객들도 하나씩 내려서 그 짐을 찾아갔다. 첫 번째 버스는 허탕. 안되는 스페인어를 다른 여행자의 도움을 받아 운전기사에 혹시 짐 받은 것 없냐고 물어봤으나 모르겠다고. 하지만 앞으로 두 대가 더 올거라고 해서 계속 기다렸다. 배 출발 시간은 점점 더 다가오고 초조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는 와중에 또 다시 버스가 왔고 다시 짐을 찾기 시작했으나 역시 허탕. 마지막 버스가 한 대 더 왔지만 결국 우리 짐은 오지 않았다. 짐이 도착하지 않아 실망스러운 마음에 넋놓고 있을 새도 없이 우리는 배를 타고 오늘 예약한 Paine Grande lodge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Punta Natales로 들어갈 것인가 결정해야 했고 급하게 배에 올라탔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 Torres del Paine W trail에 일단 들어갔다.
Paine Grande lodge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보는 풍경은 손꼽히는 절경으로 유명한데 이날은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우중충했다. 그래도 같이 탄 사람들은 좋다고 사진찍고 우리에게 찍어달라고 부탁도 하고 참 괜히 야속했다. 이럴 때 일 수록 억울해서라도 더 열심히 놀아야지라고 이성적으로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 그렇게 Paine Grande lodge에 도착했고 일단 방을 배정받고 수건도 받았다. 식사도 미리 다 예약해 놓아서 이날은 큰 문제는 없었는데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일단 내일 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어떻게 일정을 짜야될지 난감했다. 모든 계획이 어그러져 난 머리를 싸매고만 있었는데, 아내는 여기저기 부탁하여 결국 lodge head인 호르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호르헤는 정말 신경질적으로 생겨서 난 짜증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사람이라 걱정 많이했는데, 전화도 마음대로 쓰게 해주고 인터넷도 (원래는 안된다고) 쓰게 해주었으며 심지어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우리를 대신해 여행사 측이랑 통역도 해 주었다. 결국 짐은 내일 오전에 꼭 보내 주겠다고 확답을 받아주었고 우리는 계속 감사하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여전히 호르헤는 참 신경질적으로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런 츤데레 같으니라고.
숙소에서 뜻밖에 한국인 부부를 만나서 이 날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쏟아내고 나니 왠지 속이 시원했다. 두 분이 서로 퇴사하시고 나름 세계여행을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 남미로 넘어오셨다고. 이렇게 여행지에서 한국말하니 참 편하더라. 그리고 이 때 마셨던 맥주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기분 좋은 맥주 덕분에 잠시 오늘 있었던 푸닥거리를 잠시 잊어버리고 깊게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