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going?/Chile (2015)

Torres del Paine tour 1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18)

bbackjin 2016. 7. 20. 12:12


계속 여행 가이드는 버스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가방은 오늘 저녁에 분명히 따로 도착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딱히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우리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투어 그룹에 눈치도 보여서 일단 투어에 몸을 맏기고 Torres del Paine에 들어오긴 했는데 우울한 날씨 처럼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저 멀리 토레스 삼봉 역시 구름에 덮여 너도 우울하냐? 나도 우울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여행에 집중.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콘돌 한 마리가 늠름하게 앉아있어서 차를 잠시 세워 사진을 찍었다. 페루에서는 이 콘도르를 보기 위해 꼴까 계곡에서 한 30분 초조하게 기다렸었는데 이 곳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니 신기했다. 자동차가 흙을 차내는 소리마저 없어지니 주변은 고요했고 대신 가만히 앉아있는 콘도르의 당당함이 공간을 채웠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비쿠니 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차를 별로 보지 못한 탓인지 우리가 다가가도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렇게 투어 초반 부터 야생동물들을 봐서 앞으로 참 많은 동물들을 만나겠구나 걱정 반 기대 반이 들었었는데 막상 하이킹 중에는 그닥 마주친 동물이 없었다.



공원의 동쪽 입구인 Laguna Amarga에 들어가기 전 Cascade Paine에 잠시 들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폭포가 층층이 떨어졌고 그 뒤로 토레스 삼봉이 자리잡고 있다. Torres del Paine 하이킹은 보통 3박 4일로 동에서 서 또는 서에서 동 방향으로 하게 되는데 동쪽의 출발 또는 도착지점이 Laguna Amarga였다. 이 곳에는 이미 하이킹을 마치고 널부러져 쉬고 있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투어 그룹 중에 동에서 서로 하이킹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하차하였다. 우리는 서에서 동 방향으로 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다시 버스에 탔다 (투어에는 입장료가 포함되지 않아서 따로 지불하였다. 이 곳에서 환전도 가능하지만 예상 가능하듯 환율이 아주 불리하다). 잃어버린 가방 때문에 우울해서 사진에 열정이 잠시 식었던 탓인지 이 곳 사진이 없네 ㅋ


그렇게 우리는 다시 서쪽으로, 또다른 출발점인 Pudeto를 향하여 투어를 계속했다. 하루에 4계절의 날씨를 다 경험할 수 있다는 곳이지만 두툼해진 구름에 날씨가 어둑어둑해지니 뭔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구름의 질감이 살아나 머리위의 또다른 공간이 느껴지면서, 뭔가 두개의 공간이 짓누르려하는데 거대한 Torres del Paine가 그 사이에서 이 세상을 지탱하는 것만 같았다. 푸르럿던 호수들도 구름빛을 담아 잿빛으로 변했고 왠지 공포감마저 느껴졌다.